본문 바로가기
지식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by 메꿔지지 않는 공부에 대한 욕구!!! 2026. 9. 4.
반응형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걸까?

 

생활비 걱정을 덜고 싶어서, 아이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서,

노후가 불안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런 이유들은 꽤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그런데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다른 욕망도 섞여 있다.

좋은 집에 살고 싶고, 괜찮은 차를 타고 싶고,

때로는 남들이 알아보는 물건도 갖고 싶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읽다 보면,

바로 이 지점에서 조금 뜨끔해진다.

1899년에 나온 책인데도

명품, 아파트, 자동차, SNS가 일상의 비교 도구가 된 지금을 보고 쓴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건의 ‘쓸모’만 사는 것이 아니다.

 

베블런이 관찰한 것은 사람들이 소비할 때 물건의 기능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를 분석했고,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상류층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자체를 지위의 증거로 보여주기도 했고,

비싼 물건과 연회, 의복 등을 통해 자신의 경제력을 드러냈다.

베블런의 설명에서 중요한 점은 이런 행동이 극소수 부자에게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무엇이 ‘괜찮은 생활’인지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지면 다른 계층도 그 기준을 의식하고 따라가게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요즘 SNS가 떠올랐다.

예쁜 카페, 해외여행, 명품 가방, 새 자동차, 좋은 아파트….

물론 이것들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서 원하는 것인지,

남들에게 뒤처져 보이지 않기 위해 원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청춘의 독서》를 통해 다시 만나는 질문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가 고전을 읽는 방식에서 흥미로운 점은

오래된 책을 박물관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전이 던진 질문을 다시 현재의 삶으로 가져온다.

 

《유한계급론》 역시 단순히 ‘부자들이 사치한다’는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끝내면 아쉽다.

더 재미있는 질문은 오히려 이것이다.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돈 자체를 원하는 것인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자유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돈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세 가지는 비슷해 보이지만 삶의 방향은 꽤 달라질 수 있다.

 

월급이 올라도 왜 계속 부족하게 느껴질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연봉이 오르면 마음이 훨씬 여유로워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소득이 늘면 생활 수준의 기준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차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차를 사면 더 좋은 차가 보인다.

작은 집에서 살 때는 조금 넓은 집이면 충분할 것 같지만

이사를 하고 나면 더 좋은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베블런은 사회적 평판과 비교가 소비 기준을 끌어올리고,

그 결과 저축이나 실제 생활의 편안함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소비가 우선될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도시처럼 서로를 자주 보고 비교하는 환경에서

이런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그의 관찰은 SNS 시대에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그래서 돈을 관리할 때

‘얼마를 벌 것인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하나 더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느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낄 것인가?

 

이 기준이 없으면 ...

소득이 늘어도 비교 대상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만족의 종착점도 계속 멀어진다.

 

명품도, 좋은 집도 잘못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명품 사지 말자’, ‘비싼 차 타지 말자’는 식으로 읽고 싶지는 않다.

 

좋아하는 가방을 오래 모아 산 사람이 느끼는 행복도 진짜이고,

좋은 집에서 가족과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망도 자연스럽다.

소비에는 기능뿐 아니라 취향, 아름다움, 경험, 추억도 들어 있다.

 

다만 결제하기 전에 한 번쯤 물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이것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돈의 사용법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유한계급론》을 다시 읽고 나니 부자가 된 다음의 모습도 생각하게 된다.

 

남보다 비싼 것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인지,

아니면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자유와 가족에게 쓸 시간,

새로운 것을 배울 여유를 얻기 위해 돈을 모으는 사람이 될 것인지.

아무래도 나는 후자인 것 같다. 

 

어쩌면 진짜 경제적 여유는 통장 잔고만으로 결정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것도 꽤 중요한 부의 한 종류가 아닐까.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얼마나 많이’보다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자.

그 이유가 분명해지면...

남의 소비를 보면서 조급해지는 순간에도

내 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금 더 선명해질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