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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정말 전부 사실일까?

by 메꿔지지 않는 공부에 대한 욕구!!! 2026.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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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다 보면 가끔 이상한 경험을 한다.

같은 사건인데 어느 매체를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주식도 그렇다.

같은 기업의 실적을 두고 누군가는 “성장 신호”라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고점의 징후”라고 한다.

회사에서도 비슷하다.

내가 기억하는 회의와 동료가 기억하는 회의가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떠오르는 책이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다.

제목만 보면 역사학 전공서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만,

막상 책이 던지는 질문은 꽤 일상적이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어떻게 사실이 되었을까?’

카는 과거에 일어난 모든 일이 자동으로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수없이 많은 사건 가운데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어떤 사건과 어떤 사건을 연결할지에는 역사가의 선택과 해석이 들어간다.

펭귄의 책 소개도 카의 핵심 논지를 역사적 사실이

역사가의 선택과 그 시대의 기준을 거쳐 우리에게 전달된다는 점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특히 유명한 생각이 있다.

카는 사실이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가 어떤 사실을 불러내고 어떤 순서와 맥락에 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사실 따위는 없고 모두 주관적이다”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사실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과,

그 사실이 어떤 맥락에서 선택되고 해석됐는지를 함께 보라는 이야기로 읽는 편이 좋다.

《청춘의 독서》에서 유시민이 이 책을 다시 읽는 방식도 결국 이런 질문으로 이어진다고 느꼈다.

우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럴까.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살아온 시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과거를 바라보는 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나는 이 질문이 역사책보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볼 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포털을 열면 수십 개의 뉴스가 뜬다.

그중 내가 실제로 읽는 것은 몇 개뿐이다.

제목이 강한 기사, 내가 관심 있는 주제,

원래 가지고 있던 생각과 맞는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SNS 알고리즘까지 더해지면

내가 선택한 정보와 플랫폼이 선택해 준 정보가 반복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게 생각하나 보다”라는 착각이 생기기도 한다.

투자에서는 더 위험하다.

어떤 종목을 사고 싶을 때 좋은 뉴스만 눈에 들어오는 경험이 있다.

매출 증가, 신사업, 기관 매수 같은 정보는 크게 보이고

부채, 밸류에이션, 경쟁 심화 같은 불편한 정보는 ‘별일 아니겠지’ 하며 지나치기 쉽다.

사실을 보고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내려놓은 결론에 맞는 사실을 고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중요한 판단을 할 때 작은 습관 하나가 꽤 유용하다고 느낀다.
‘반대편 자료 하나만 더 찾아보기.’

주식을 사고 싶으면 ...

그 종목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석도 한 번 읽어본다.

정치·사회 뉴스를 볼 때는 ...

내가 동의하는 해석뿐 아니라 다른 관점의 기사도 확인한다.

회사에서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내가 본 장면이 전부였을까?”라고 한 번 생각해 본다.

이렇게 한다고 언제나 정답을 찾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해석 가운데 무엇이 더 설득력 있는지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은 여전히 남는다.

카의 역사관 역시 이후 역사학계에서 상대주의 문제 등을 둘러싸고 비판과 논쟁을 불러왔다.

그래서 이 책을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실 확인과 해석의 과정을 동시에 의식하게 만드는 책으로 읽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는 이 태도가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그 사람이 내 말을 무시했다.”

이것은 내가 경험한 사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조금 나눠 보면 다를 수 있다.

내가 말을 했고 상대가 대답하지 않았다는 것은 관찰할 수 있는 사건이다.

‘나를 무시했다’는 것은 그 사건에 내가 붙인 해석일 가능성이 있다.

상대가 못 들었을 수도 있고,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으며, 정말 무시했을 수도 있다.
사실과 해석을 잠깐 분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결국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내가 가져가고 싶은 것은 거창한 역사철학보다 하나의 생활 습관이다.

뉴스를 볼 때도, 주식을 살 때도, 누군가를 판단할 때도 한 번만 더 묻는 것.

‘이것은 확인된 사실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해석인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는 왜 이 해석을 더 믿고 싶은가?’까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체가 아닐 가능성을 항상 조금 남겨두자는 것이다.

확신을 조금 덜어내면...

오히려 판단할 공간이 생긴다.

세상을 제대로 보는 힘은 많은 정보를 아는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해석 사이의 거리를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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