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들을 살펴보다가 유난히 눈길이 가는 작품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구병모 작가의 소설 『아가미』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아가미〉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 제목만 들어도 특유의 서늘하고 축축한 분위기가 떠오를 것이다.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는 듯하면서도 이상하게 아름답고,
잔인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놓지 않는 소설.
그래서 나는 『아가미』가 영화,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무척 궁금하다.
죽음의 순간, 아이에게 아가미가 생겼다
『아가미』의 이야기는 기묘하고도 슬픈 설정에서 시작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물속에 던져진 한 아이.
그런데 아이는 죽지 않는다.
살기 위해 몸에 아가미가 생겨난다.
그 아이가 바로 곤이다.
보통 이야기라면 이것은 특별한 능력을 얻은 영웅의 탄생처럼 이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가미』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곤에게 아가미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그것 덕분에 살아남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곤의 곁에는 강하와 노인이 있다.
그들 역시 완전한 사람들이 아니다.
저마다 상처가 있고, 결핍이 있고,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구한 것일까?
강하와 노인이 곤을 구한 것일까.
아니면 곤이 그들의 삶을 붙잡아준 것일까.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아가미’였던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아가미를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가미』라는 제목이 참 좋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속에서 숨 쉬게 해주는 신체기관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가미’라는 말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물속에 빠진 것처럼 숨이 막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가족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돈 때문에 절망하기도 하고,
직장에서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은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하나씩 만들어낸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가족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책이나 음악일 수도 있고,
일이나 꿈일 수도 있다.
심지어 과거의 깊은 상처가 훗날 나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에게도 저마다 보이지 않는 아가미 하나쯤은 있는 것이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거나 쓸모없어 보이지만,
정작 내가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았을 때 나를 숨 쉬게 해준 무언가.
나는 그것이 이 작품에서 말하는 ‘아가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 〈아가미〉가 더욱 기대된다
소설 『아가미』를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은 화려한 장면이 아니었다.
소설의 그 묘한 분위기를 과연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아가미>에는 물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따라다닌다.
차갑고 어둡고 깊은 물.
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묘하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글을 읽으며 각자의 머릿속에서 만들어냈던 곤과 강하,
그리고 그들의 세계가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어떤 색과 표정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특히 곤의 목소리를 정해인 배우가, 강하의 목소리를 강하늘 배우가 맡았다는 점도 기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원작이 가진 질문이 영화에서도 살아 있을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그리고
우리를 살게 한 것은 과연 축복이었을까, 상처였을까.
어쩌면 둘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상처가 어느 날 나를 살리는 기관이 된다면
영화를 연출한 안재훈 감독의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인상적인 말을 발견했다.
감독은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일들을 처음에는 상처라고만 생각했지만,
<아가미> 를 읽으며 그 상처들이 결국 자신을 살려낸 ‘아가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을 알고 나니 영화가 조금 다르게 기다려진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없었으면 좋았을 상처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코리아넷 honorary reporters 안재훈 감독 인터뷰 : 연필로 명상하기
1. Let’s begin with the heart of your story.당신의 이야기의 중심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What inspired you to create Gill (Agami)?Gill(Agami)을 만들게 된 영감은 무엇이었나요? A]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studio-mwp.com
그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 실패가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했던 시간이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게 만들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느 순간 그것으로 숨 쉬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가미> 는 단순히 물속에서 살아가는 특별한 아이의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내게는 오히려 상처 입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야기에 가깝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내 ‘아가미’를 생각하게 되기를
영화 〈아가미〉는 거대한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을 살리고,
또 그 한 사람 때문에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간다.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을 구분한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약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상처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고,
살기 위해 만들어낸 나만의 이상한 방식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을 수도 있다.
9월 9일 개봉하는 영화 〈아가미〉를 보고 나면 아마 나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것 같다.
“내가 가장 깊이 가라앉았던 순간, 나를 다시 숨 쉬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꿈이든, 작은 희망 하나이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미 자신만의 아가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기대된다.
화려한 판타지 때문이 아니라,
상처가 어떻게 한 사람을 살리는 ‘아가미’가 되는지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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